론 테니스 ( Lawn tennis ) 는 20세기 초기에 점차 보급되어 1913년엔 워플 로우드의 제반시설이 개량되었으며 객석도 2000에서 3000으로 늘어났다. 제1차 세계 대전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토너먼트도 개최되지 않았으나 1919년에 챔피언 쟁탈전이 속개되자 영국내의 모든 스포츠 클럽은 보다 넓은 활동무대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오늘날 해마다 윔블던 대회를 참관하기 위해 모여드는 군중을 본다면 스펜서 고어는 분명 깜짝 놀랄 것이다. 그가 첫 결승전에 나아갔던 1877년에는 불과 200명의 관중만이 경기에 참관했으니 말이다.
현재의 윔블던 센터 코트는 15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으며 경기가 진행되면 매일매일 변함없이 만원을 이루는 실정이다. 그러나 해마다 센터 코트를 채우는 이 숫자도 그 주위의 코트에서는 진행되는 토너먼트에 몰리는 관중의 총 숫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윔블던 대회를 찾는 관객은 해마다 30만 명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100년전에 챔피언이었던 스펜서 고어가 이 군중을 헤치고 경기장에 들어선다면 다시 한 번 놀랠 것이다. 당시의 복장에 비한다면 오늘날의 선수 복장은 참으로 점잖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기야 빅토리아 시대에 테니스가 그토록 급성장을 한 이유 중의 하나로 숙녀들이 볼을 따라 잔디밭을 달릴 때 언뜻 드러나는 발목을 신사들이 훔쳐볼 수 있었다는 것을 예로 드는 사람도 있다.
그 시설의 신사들은 긴 바지와 헐거운 셔츠에 아마도 조끼와 넥타이에 모자까지 쓰고 코트에 나아갔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밑바닥이 평평한 가죽구두를 신었으리라고 추측된다.
한편 숙녀들은 칼라가 높고 허리가 잘록하며 발목까지 내려오는 드레스에 허리받이와 콜세트까지 껴입고 모자를 쓴 차림으로 경기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1884년 이전에는 윔블던 대회에 여성은 출전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19세기 끝 무렵이 되자 상하 순백색의 테니스 복이 유행하게 되었고 이어 전 영국 테니스 연맹이 정식 경기복으로 백색 유니폼만 착용할 수 있다고 선언하자 흰 옷은 테니스의 정식 유니폼으로 확정되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각 테니스 클럽에서 이 결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여전히 긴 바지를 입고 경기를 해야 했지만 1934년 당대 영국의 선도적 선수였던 버니 오스틴이 반바지 차림으로 코트에 나타나자 그 전통 또한 무너져 버렸다. 사람들은 처음에 패션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것을 깨닫자 즉시 모든 선수들이 그 뒤를 이어 반바지를 입기 시작했고 긴 바지는 어느덧 과거의 유물이 되고 말았다.
여성 쪽에서는 이미 오스틴의 반바지보다 15년이나 앞서 혁명의 물결이 일고 있었다. 비록 초기의 화려하고 거추장스러운 복장은 얼마 안가 보다 간편하고 실용적인 복장으로 대체 되었지만 그래도 1차 대전까지는 여전히 발목까지 오는 롱 드레스가 여성의 유니폼이었다. 물론 허리받이는 벌써 자취를 감추었고 모자와 페티코트도 필수품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칼라는 여전히 높아 목운동을 방해했고, 허리 역시 온갖 부착물로 꽉 조여져 있었다. 이 와중에 프랑스로부터 변화의 새로운 바람이 불어 닥쳤던 것이다. 1919년 프랑스의 아가씨 수잔 랭글렝은 면제의 얇은 원피스 차림으로 윔블던 대회에 나타남으로써 테니스 역사상 전설적인 인물이 되었다.
드레스의 끝자락은 바로 무릎 아래까지만 내려왔으며 그토록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 사용하던 콜세트는 자취도 없었다. 이 복장이 테니스계에 던진 파문은 전격적인 것이어서 렝글렝은 이내 슈퍼스타로 부상했고 남녀 모든 선수의 찬사를 한 몸에 받게 되었다. 렝글렝의 나오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다 1949년이 되어 거기 모런이 다시 한 번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으니 바로 주름치마의 등장이 그것이다.
테디 틴링이 처음으로 윔블던 무대에 나간 것은 볼 보이의 자격으로서였다. 그는 얼마가지 않아서 정평 있는 복식게임 선수가 되었지만 그의 이름이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것은 그 테니스 실력 때문이 아니다. 윔블던에서 볼 보이와 선수로서 뛰는 것 외에도 틴링은 엄파이어로서 선수들의 복장을 점검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틴링의 예술가적 기질과 테니스 유니폼에 대한 흥미는 급기야 그로 하여금 테니스 유니폼 디자인으로서의 길을 걷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1940년대 말에 이르자 그는 여성 테니스 유니폼의 선구자로서 이미 수많은 디자인을 세상에 내놓고 있었다. 윔블던에 주름치마 선풍을 일으킴으로서 테니스 역사에 그 이름을 남긴 틴링은 여성 테니스 유니폼의 첨단을 걷는 디자이너로서 오늘날까지도 건재하고 있는 것이다.
관중의 숫자나 유니폼의 변화에 놀란 옛 사람들의 눈에 그래도 낯익은 것이 있다면 다름 아닌 테니스 장비다. 볼은 지난 100년 동안 별로 변화를 겪지 않았다. 라켓 또한 나무 외의 다른 재료도 사용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첫 윔블던 대회 때 스펜서 고어가 사용했던 라켓과 별로 다름이 없는 것이다. 네트의 높이는 조금 올라갔지만 코트 마킹과 스코어링 시스템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옛 시절의 선수들이 현대에 살아 나온다면 분명히 요즈음 선수들이 경기전략과 기술에 깊은 흥미를 느낄 것이다. 제1회 윔블던 대회의 기록에 의하면 스펜서 고어의 성공은 기회가 날 때마다 네트 앞으로 나와 상대의 샷이 미처 바운드되기 전에 되받아 치는 작전에 힘입은바 크다고 한다.
이 기술은 발리라고 불리며 속전속결의 대결에서는 아직도 가장 성공적인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오버헤드 서비스 또한 그 시절에는 없었던 기술로 예전에는 언더드로나 어깨 높이에서 서브를 넣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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